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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 도덕과 청결을 중시하는 싱가포르가 카지노에 손쉽게 발을 담그지는 못했다.
1964년 카지노 허용 여부에 대한 논의가 처음 있은 후 1985년 한 차례 극심한 경제 불황을 겪으면서 카지노가 다시 대두했다. 하지만, 깨끗한 이미지의 싱가포르에 도박을 허용할 수 없다는 국민적 여론에 부딪혀 무산됐다.
그러나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에 이어 2001년 미국의 IT산업 침체 등에 경제가 잇단 타격을 입으면서 정부는 카지노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 금융 등 포화상태에 이른 서비스산업을 탈피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했다.
도덕이라는 명분보다는 실리를 추구해야 할 시간이 도래했던 것이다.
1998년 아시아태평양 관광시장의 점유율이 8%에서 2002년 6%로 떨어진 점도 이를 자극했다.
2004년 3월 싱가포르 정부는 카지노 사업 추진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국가 이미지에 흠집이 갈 수도 있는 카지노 사업을 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선 사람은 자유로운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리센룽 총리였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카지노 입구
리콴유 전 총리의 아들인 리센룽 총리는 2004년 8월 취임 직후 카지노가 포함된 복합리조트 사업을 미국 등 해외 자본을 대상으로 공모해 사업을 결정하고 2005년 4월 국회에 보고했다.
싱가포르의 국무장관 비비안 크리쉬난은 당시 국회 보고에서 "중국 등 아시아지역이 급격히 부유해지고 있다"면서 "부유한 관광객들을 유치하는데 카지노가 매력적"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나라 곳간을 채워야 하는 수단을 정당화하는데 도덕국가라는 이미지가 오랫동안 걸림돌이 된 셈이었다.
싱가포르는 국내외 업체들을 대상으로 공정 입찰을 진행했고, 미국과 말레이시아의 자본이 유치됐다.
라스베이거스가 카지노에서 시작해 전시, 컨벤션 등의 복합리조트로 발전했다면, 싱가포르는 처음부터 복합리조트 내에 카지노가 있는 형태다. 마카오의 카지노 세율이 30% 수준인 데 비해 싱가포르는 17%로 저렴하게 책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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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는 카지노를 앞세운 MICE 산업을 점차 확대해 2015년에는 1천700만명의 관광객을 불러모으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내국인들에게 카지노 입장을 허용했지만, 이를 자제하도록 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내국인들의 입장 조건은 만 21세 이상 연령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하루 100달러(싱가포르)의 입장세를 내도록 했다. 연간 입장세는 2천달러. 베팅총액이 1만달러를 넘어가면 신용조회를 해 충분한 재력이 있는지를 평가받아야 한다. 본인 또는 가족이 `중독 신고'를 하면 재입장이 절대 불가능하다.
싱가포르의 유력 신문인 스트레이트타임스는 지난 2월 센토사 리조트의 카지노가 문을 열 때 로또 등과 카지노 게임의 기대확률 등을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내국인 입장객을 계도하는 글을 실었다고 한다.
신문은 "결국에 돈을 버는 쪽은 카지노다. 돈을 따려 하지 말고 적당하게 즐기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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