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September 19, 2011

카지노로 관광객 유혹… 싱가포르 ‘화려한 변신’

싱가포르는 여행자에게 최종 목적지가 아닌 중간 기착지 같은 곳이다. 안정적인 정주보다 임시 체류의 느낌이 강하다고 할까. 이런 느낌은 여행 계획을 짤 때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싱가포르만 여행지로 삼는 관광객은 거의 없다.

대부분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로 넘어가거나 홍콩·마카오 등과 패키지로 묶는다. 바닷길의 요충지인 말레이반도 끝에 위치해 중계무역과 해운업으로 성장했을 뿐 이렇다할 관광지가 없어서다.

그런 싱가포르가 변신중이다. 최근 마카오를 위협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카지노 두 곳이 문을 열었다. 엄격한 도덕 국가가 카지노를 받아들인 건 순전히 관광객이 조금이라도 더 오래 머물게 하려는 고육지책이다.

센토사 섬 전체가 카지노 복합리조트



이제 싱가포르에 가서 머라이언(Merlion·사자(Lion) 머리에 인어(Mermaid)의 몸을 가진 상상의 동물로 싱가포르의 상징) 동상만 본다면 반쪽짜리 여행이 되기 쉽다. 복합리조트에서 휴식을 즐기면서 카지노 구경을 한번 해봐야 “아, 이게 싱가포르의 참모습이구나”라고 느낄 것이다.
첫 테이프를 끊은 건 센토사 섬에 위치한 복합 리조트 ‘리조트월드’. 지난 2월 개장했다. 말레이시아 대기업 겐팅그룹이 약 5조600억원을 들여 개발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해양생태공원과 놀이시설 유니버설스튜디오, 카지노 등이 들어있다. 리조트가 워낙 넓어 지금도 공사중인데 고급 호텔 2개 등 전체 리조트 시설이 완공되려면 2012년이나 돼야한다.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유니버설스튜디오. 일본 오사카와 더불어 아시아에는 두 곳밖에 없다. 각각 할리우드·뉴욕·고대 이집트 등 테마별로 7개 구역으로 구분된다. 오후 2시 무렵이라 햇빛이 무척 뜨거웠지만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특히 아이들은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구경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마리나베이샌즈 리조트의 카지노 내부.
이중 카지노가 전체 면적의 5%를 차지한다. 싱가포르 정부는 카지노 시설의 면적을 5% 이내로 제한한다. 그러나 카지노가 리조트 전체 매출 중 최대 80%까지 벌어들일 것이라고 관계자가 설명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대형 홀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기둥이 없어 사방이 탁 트였다. 카지노가 주는 특유의 답답함은 없다. 옆 테이블에서 담배를 피워도 연기 냄새가 잘 안 날 정도로 환기시스템이 잘 돼 있다. 테이블도 충분해 사람들은 여유롭게 게임을 즐겼다. 시장바닥 같은 강원랜드와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외국인은 무료 입장이지만 싱가포르 국민은 100싱가포르달러(약 8만2227원)를 내야한다.
리조트에서 나와 바닷가로 발길을 돌리면 하얀모래와 야자수가 쭉 늘어서 있다. 사실 싱가포르에는 천연 모래사장이 없다. 당국은 인접국에서 모래를 사와 인공 백사장을 만들었다. 밤이면 앞바다에 떠있는 수많은 유조선과 상선들이 밝히는 조명이 장관을 이룬다. 믈라카 해협을 오가며 해적 걱정에 여념이 없을 저 배들을 생각하니 한가롭게 햇살을 즐기는 게 미안해졌다. 센토사 섬 안에서는 노면전차인 트램과 셔틀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독특한 디자인 자랑 마리나베이샌즈



◇독특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마리나베이샌즈 리조트 호텔.
센토사 리조트가 가족단위 휴양지라면 ‘마리나베이샌즈 리조트’는 비즈니스 방문객을 타깃으로 삼는다. 마리나베이와 바다 사이를 매립해 건물을 세웠다. TV 광고에서도 몇 번 나온 이곳은 독특한 디자인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사람인(人)’자 모양의 건물 세 동이 일렬로 늘어서고 그 위로 배모양의 구조물 ‘스카이 파크’를 얹었다. 쌍용건설이 지어 한국 관광객에겐 더 친숙하다. 독특한 구조 덕에 일반실이라도 전망은 ‘스위트급’이다. 바다 쪽 객실은 어디든지 바다 전망이 가능하다. 반대편 객실에선 마리나베이항을 둥그렇게 둘러싼 고층 빌딩과 싱가포르 플라이어(대관람차) 등을 볼 수 있다.
지상 200m 높이에 조성된 하늘공원은 축구장 3개 넓이와 맞먹는 규모다. 수백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전망대와 150m 길이의 야외 수영장, 고급 레스토랑이 들어선다. 6월 정식 개업하는데 벌써 방문 대기자가 줄을 선다고 한다.
지난달 27일 마리나베이샌즈의 호텔, 카지노 등 일부가 문을 열자 싱가포르 전체가 들썩였다. 다음날 대부분의 싱가포르 신문 1면을 장식할 정도로 톱뉴스였다. 특히 카지노가 문을 열자 ‘카지노 단골’인 중국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관광객 유치를 위한 싱가포르의 전략이 먹힌 셈이다.
국내에서 외국인 카지노를 운영하는 GKL의 김도곤 홍보팀장은 “카지노가 있으면 체류기간이 평균 이틀 늘어난다는 조사결과가 있다”며 “싱가포르가 카지노를 낀 복합리조트 개발에 전념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붕색 집집마다 달라 “컬러풀 시티”
복합리조트가 아니라도 싱가포르의 다양한 색깔을 볼 수 있는 방법은 많다. 1800년대 교통수단이었던 트라이쇼(자전거를 변형한 운송수단)를 타거나 보트를 이용해 싱가포르 강을 거슬러 올라가며 재래시장과 옛 거리 모습, 아랍스트리트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대관람차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검은색 도화지에 수만 가지 색으로 그린 그림처럼 황홀하다.
싱가포르는 지나치게 정돈되고 깔끔한 이미지가 강해 단조로운 분위기다. 그러나 최근 지루한 느낌을 탈피하기 위해 ‘컬러풀 시티’를 표방하고 있다. 현지 가이드에 따르면 건물 디자인이 비슷하면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고 집집이 지붕색도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을 칠하도록 유도한다고 한다.
싱가포르의 변신 노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만국기 아파트’다. 애초 싱가포르는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베란다에 빨래 너는 걸 막아오다 뒤늦게 허용했다. 형형색색 옷들이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이 만국기를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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