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컨벤션 잠재력 고갈
‘ 카지노 드라이브’ 로 선회
오픈 하자마자 중국인 북적
호텔 예약 5월까지 완료
[싱가포르=임희윤 기자] 지난 4월 27일, 싱가포르 마리나 만(灣)을 굽어보던 ‘거인’이 눈을 떴다.
호텔과 카지노시설을 함께 구비한 마리나베이샌즈 복합리조트가 문을 열었다. 테이프 커팅이 이뤄진 시각, 시계는 정확히 3시18분을 가리켰다.
‘길상’(吉祥)에 ‘돈을 번다’는 말과 독음이 비슷한 숫자 둘, 3과 18을 맞붙인, 중국식 기복(祈福)이다. 마약 밀반입뿐아니라 낙서에도 태형(笞刑)을 내리는 엄한 도덕국가 싱가포르에 카지노가 문을 연 건 두 번째, 둘 다 올해 들어서다.
개장 이튿날, 카지노에는 중국인들이 가득 차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싱가포르는 최근 ‘카지노 드라이브’란 도박을 걸었다. 관광ㆍ컨벤션 국가로서 발전 잠재력이 고갈돼 간다는 판단에서다. 카지노 하나로 관광객 수도 늘고, 체류일수도 평균 1~2일 늘 거라는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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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문을 연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카지노 내부 모습. 4개층에 걸쳐 650여개의 게임용 테이블과 1500여대의 슬롯머신이 자리했다. [사진 제공=마리나베이샌즈 싱가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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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문을 연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카지노 내부 모습. 4개층에 걸쳐 650여개의 게임용 테이블과 1500여대의 슬롯머신이 자리했다. [사진 제공=마리나베이샌즈 싱가포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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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문을 연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카지노 내부 모습. 4개층에 걸쳐 650여개의 게임용 테이블과 1500여대의 슬롯머신이 자리했다. [사진 제공=마리나베이샌즈 싱가포르] |
지난달 27일 문을 연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카지노 내부 모습. 4개층에 걸쳐 650여개의 게임용 테이블과 1500여대의 슬롯머신이 자리했다. [사진 제공=마리나베이샌즈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는 싱가포르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르고 있다.타워호텔 3개동이 지상 200m 높이로 배 모양의 ‘초대형 옥상 공간’ 스카이파크(Sky Park)를 떠받든 위용이 아찔하다. 파크 면적만도 축구장 3개와 맞먹는 1만2400㎡. 호텔 객실도 2560개로 동남아 최대 규모다. 각방에서는 푸른 마리나 만과 그를 둘러싼 스카이 라인이 한눈에 들어온다. ‘싱가포르의 오페라하우스’인 거대한 두리안 모양의 에스플라나드가 작아 보일 정도다.
마리나 만 지구는 당초 홍콩을 연상시키는 컨벤션 산업과 상업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이번 카지노 개장으로 다양한 부류의 관광객과 체류자를 끌어들이게 됐다.
특히 인근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부유한 화상(華商)들이 주 타깃이다. 한국관광공사 싱가포르 지사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로 향할 관광객들이 싱가포르로 상당수 유출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카지노라는 아이템은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마리나베이샌즈가 선 곳은 인도네시아산 모래로 채워진 매립지다. 인도네시아는 모래값을 올려가면서 끝내 ‘심술’을 부렸다고 한다.
카지노 공간은 이곳 리조트 전체 면적(11만9000㎡)의 3%에 불과하지만 전체 수익의 80%를 차지할 것으로 관계자들은 점친다. 호텔 객실은 이미 5월까지 예약이 가득찬 상태다.
두 달 전인 2월, 싱가포르 속의 휴양지인 센토사 섬에도 대규모 카지노가 들어섰다. 이곳도 입추의 여지가 없다. 이 카지노는 34만여㎡ 규모 ‘리조트월드 센토사’의 5%에 불과하지만 전체 수익의 70~80%를 벌어들이는 ‘효자’다. 역시 객장의 주고객은 중국인들이다.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을 올려다 본 모습. 3동의 호텔 타워가 200m 높이에 위치한 스카이파크를 떠받치고 있다. [사진 제공=마리나베이샌즈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의 대기업(겐팅 그룹)이 센토사 섬 전체를 장기 임대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퍼부은 리조트다. 그럼에도 수년 내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수 있다는 계산이다. 바로 인근에는 동남아 최초의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연초 들어섰다. 해양생태공원과 4개의 고급 호텔 등이 완전 개장하는 시기는 2012년. 이곳은 비즈니스 고객을 타깃 삼은 마리나베이에 맞서 동남아 최대의 대규모 가족 휴양 단지로 거듭난다는 구상이다. 카지노가 없다면 무모한 도전으로 보인다.
싱가포르의 ‘카지노 드라이브’에는 중국 마카오가 외국인 카지노 도입 3년 만에 라스베이거스의 총 매출을 뛰어넘은 것이 자극제가 됐다. 싱가포르 정부는 국내 세븐럭 카지노를 운영하는 GKL(그랜드코리아레저)에 자문단을 파견해 노하우를 전수받기도 했다.
28일 밤. 싱가포르의 상징으로 불리는 머라이언(Merlionㆍ머리는 사자이고 하반신은 물고기인 가상의 동물) 앞에는 여느 때처럼 많은 관광객들이 몰렸다.
렌즈가 향하는 방향만이 예년과 달랐다. 머라이언을 끼고 마리나 만 너머로 보이는 마리나베이샌즈 호텔ㆍ카지노를 함께 담느라 여념이 없다.
싱가포르는 또 하나의 ‘인공 신화’를 만들고 있었다. 물론 그 중심에는 24시간 멈추지 않는 불야성, 카지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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