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September 19, 2011

황금알 '카지노'에 눈뜬 아시아의 도전

불황 따윈 남의 얘기일 뿐이다. 일자리도 넘쳐난다. 외국인 노동자를 수입하지 않고선 도저히 노동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지경이다. 1년새 확 달라진 싱가포르 경제의 면모이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소용돌이에 허덕이던 지난해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도덕과 절제, 청렴의 도시국가 싱가포르를 바꾼 것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카지노다.
싱가포르의 `성공`은 각국에 `이상동몽(異床同夢)` 을 꾸게 한다. 위기 틀어막기에 쏟아부어 빈 곳간을 채울 세수 확보에 급급한 이들에게 사행 산업에 대한 시비는 차후 따질 사치에 불과하다. 아시아는 새로운 황금알을 낳을 카지노 유치를, 선진국은 새 세원으로 온라인 도박 합법화를 타진한다. 그 바쁜 현장을 점검한다.
◇ 잭팟 터트린 싱가포르=싱가포르가 6년 전 걸었던 베팅은 적어도 지금까진 초대박이다. 싱가포르 경제는 지난 상반기 17.9% 성장했다. 특히 2분기만 성장률은 26%(연률)에 달한다. 싱가포르 정부는 당초 올해 자국의 경제성장률을 13~15%로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전세계 183개국 중 올해 싱가포르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는 카타르뿐이다.
깐깐하기로 유명한 싱가포르 정부가 40년간 금지했던 카지노 설립을 허가한 것은 지난 2005년. 19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 2000년대 미국 닷컴버블 등에 타격을 입으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했다. 금융, 관광 등 이미 포화상태에 접어든 서비스산업에선 더 이상 성장의 실마리를 찾아내기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 때 눈에 들어온 곳이 마카오였다. 마카오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관광산업 육성 정책 하에 카지노를 도입한 이후 경제에 불이 붙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수배로 불어났고 실업률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방문객수도 수년 동안 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세수와 일자리를 확보하고 탄력을 잃어버린 관광산업에 다시 불을 지피는 것이 절실했던 싱가포르에겐 딱 들어맞는 예시였다. 게다가 싱가포르는 MICE 산업의 기존 강자였다. 마카오가 카지노로 출발, 전시-컨벤션사업으로 MICE 산업을 차츰 키워나간다면 싱가포르는 이미 갖춰진 전시-컨벤션 기반에 카지노만 추가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리셴룽 총리는 고민 끝에 40년 전 아버지 리콴유 전 총리와는 정반대의 결정을 내렸다. 도덕국가라는 명분에 발목이 잡혀 있기에는 나라 곳간이 너무 빠르게 비고 있었다. 2005년 국제 입찰을 통해 미국과 말레이시아 자본을 유치하고 마리나베이와 센토사섬에 카지노가 포함된 대형 리조트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선발 주자와의 경쟁을 위해 도박 세율은 마카오의 절반 수준인 17%로 저렴하게 책정했다.
싱가포르 정부의 도박은 대성공이다. 마카오와 라스베이거스에서 VIP 대접을 받던 중국 부호들이 싱가포르로 몰리고 있다. 홍콩 밍빠오(明報)에 따르면 중국인들이 한해 해외 카지노에서 쓰는 돈은 최소 700억달러에 달한다.
마카오는 중국에서 유일하게 도박이 허용된 곳이지만 중국인들에겐 가기 힘든 곳일 뿐이다. 중국 정부는 카지노 접근을 차단하고 공무원들의 부정부패를 막기 위해 마카오 방문을 제한하고 있다. 마카오 카지노의 주요 고객들이 거주하는 광둥(廣東)성의 경우, 일반 주민은 두 달에 한 번만 마카오를 방문할 수 있다.특히 공무원은 반드시 사전 심사를 거쳐야 한다.
마카오 대신 싱가포르 카지노로 눈을 돌리는 중국인들이 늘어나면서 싱가포르의 관광객수는 연일 기록 행진이다. 지난달 싱가포르의 관광객수는 사상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2015년까지 관광객 1700만명을 유치하겠다는 싱가포르 정부의 목표가 소박해보일 정도다.
GDP 상승 효과는 목표를 초과 달성할 기세다. 업계 애널리스트들은 싱가포르의 연간 카지노 순익이 올해 4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내년 카지노 순익은 50억~51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싱가포르는 카지노 허용 당시 연간 약 1%의 국내총생산(25억달러) 상승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고용 창출 효과도 엄청나다. 싱가포르 인력자원부에 따르면 상반기에만 7만3000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났다. 이중 카지노에서 나온 일자리만 4만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인구 460만명의 싱가포르로선 감당하기 벅찰 정도다. 리 총리는 원활한 인력 수급을 위해선 최소 10만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당장 필요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 대박 본받자..태국, 홍콩도 카지노에 눈독=영국 GBGC는 2008~2009년 경제위기로 불황을 맞았던 도박시장 규모가 2012년 다시 4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세계 도박시장 규모는 2008년에 비해 3% 줄어든 3704억달러였다. 경기 회복과 함께 판돈이 다시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태국, 홍콩 등 이를 벤치마킹해 대형 카지노를 설립하려는 국가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그러나 카지노에 되레 발목을 잡힐 위험성도 넘쳐난다. 카지노가 야기하는 사회적 비용은 상당하다. 도박 중독과 한탕주의 등 부작용이 항상 따라다닌다. 카지노 덕분에 잠시 흥했다 얼마 못 가 쪽박을 차야했던 예가 한둘이 아니다.
싱가포르의 경우, 내국인에 한해 100싱가포르달러(한화 약 8만7000원)의 만만치 않은 입장료를 부과하고 고액 베팅자는 소득 조사를 실시한다는 엄격한 규정을 내걸었지만 카지노를 허용한 현 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은 여전하다.
말레이시아 카지노 업체와 카지노 설립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태국 정부는 종교적, 사회적 반감을 의식, 최대한 신중하고 천천히 협상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홍콩은 정부의 반대에 막혀 사실상 사업 논의가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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